유로존 붕괴 땐 중국보다 인도가 더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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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유있는 중국
선제적 조치로 인플레에 성공적 대처
세번째 집 살 때부터 계약 때 집 값 완납해야 부동산 투기에 적극 대응
인도의 문제는
자유 낙하하는 루피貨 아시아 주요 나라 중 유일하게 경상수지 적자
재정적자 GDP의 9% 정부 정책의 폭 좁아

스티븐 로치·예일대 교수 겸 모간스탠리 아시아 비상임 회장
현재 진행 중인 글로벌 경제 대학살의 다음번 희생자는 중국인도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이런 일이 벌어진다면 그 결과는 엄청날 것이다. 중국과 인도가 이끄는 아시아 국가들은 2010~2011년 연평균 8.5% 성장했다. 같은 기간 다른 지역 국가들의 성장률(3%)과 비교하면 거의 3배다. 만약 중국과 인도가 무너진다면 아시아가 위기에 빠질 뿐 아니라 글로벌 불황도 피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다.

이 같은 우려는 일리가 있다. 중국과 인도의 경제는 글로벌 경제환경 변화에 크게 좌우되는 구조다. 수출주도 경제인 중국은 해외수요가 위축되면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중국 전체 수출의 38%(2010년 기준)를 차지하는 유럽과 미국이 위기에 빠져 있기 때문에 문제는 어느 때보다 심각하다. 한편 인도는 경상수지 적자 탓에 해외에서 자금을 조달해야 할 형편이다. 글로벌 금융시장이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기 때문에 인도 입장에서는 부담이 커졌다.

그렇다면 중국과 인도 경제는 경(硬)착륙(하드랜딩·hard landing)할 것인가?

중 국부터 살펴보자. 중국 경제에는 몇 가지 문제가 있다. 중국은 서브프라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공격적으로 경기부양 정책을 펼쳤던 것에 대한 대가를 치르는 중이다. 경기부양을 위한 돈은 은행들이 댔다. 부실채권이 발생하면 은행들이 부실에 빠질 수 있다. 거품이 일어난 자산시장, 고조되는 인플레이션도 걱정거리다.

하지만 중국에 대해 경착륙 공포를 말한다면 그것은 과장일 뿐이다. 앞서 말한 문제들이 있더라도 중국이 경착륙하지는 않을 것이다.

중 국의 정책 당국은 오랫동안 경제의 안정성에 초점을 맞추면서 선제적 조치를 신속하게 취해왔다. 중국 관료들이 인플레이션에 성공적으로 대처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농산물 분야에 행정력을 집중해 돼지고기, 식용유, 신선 채소, 비료에 대한 공급 애로를 제거한 덕분에 식품 가격 인플레이션을 떨어뜨렸다. 이를 통해 작년 7월 6.5%였던 소비자 물가 상승률을 작년 11월 4.2%까지 끌어내렸다.

중국은 유사시에 통화·재정정책을 탄력적으로 구사할 여력도 가지고 있다. 중국인민은행은 최근 1년 동안 대출금리를 5차례 인상했다. 현재 금리가 6.5%이기 때문에 경제상황이 악화될 경우 금리를 내려 돈을 풀 수 있는 폭이 넓다. 지불준비율(21%)을 내리는 방법도 동원할 수 있다. 재정적자가 GDP의 2%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에 필요하면 재정정책도 함께 구사할 수 있다.

주택 투기에 대해서도 중국은 적극 대응하고 있다. 집을 여러 채 사는 사람들에 대한 규제를 강화했다. 첫 번째 집을 살 땐 전체 주택 가격의 30%, 두 번째 집은 50%, 세 번째 이후는 100%를 계약과 동시에 지불하게 만들었다. 작년 11월 중국 내 70개 도시의 주택가격을 조사한 결과 49개 도시에서 집값이 내렸다. 정책이 효과를 거둔 셈이다.

중국 은행들의 최대 문제로는 지방정부에 빌려준 돈이 손꼽힌다. 중국 정부 집계에 따르면 그 규모는 1조7000억달러(GDP 대비 30% 수준)이다. 이 가운데 절반이 글로벌 경제위기 당시 경기부양을 위해 대출된 것이다. 여기에서 부실채권이 발생하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중국 은행들은 예금 대비 대출 비율이 65%이기 때문에 대출이 과도한 상태가 아니다. 도시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시중에 풀려 있는 돈이 인프라 스트럭처 개발, 주거용 및 상업용 건축 분야에 투자돼 수익을 거둘 수 있다. 부실채권 발생 위험이 줄어들 것이다.

그래픽=정인성 기자 1008is@chosun.com
문제는 인도다. 중국과 비교하면 상황이 심각하다. 인도는 아시아 주요 국가 중에 유일하게 경상수지 적자를 보이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해외에서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데 쉽지 않은 상황이다. 경제성장의 동력이 눈에 띄게 떨어지고 있다. GDP 성장률이 작년 3분기에 7% 아래로 떨어졌다.

인도의 진짜 문제는 정부의 정책적 재량의 폭이 중국에 비해 훨씬 좁다는 점이다. 인도 화폐인 루피(rupee)는 거의 자유낙하 상태다. 중앙은행이 2010년 이후 정책금리를 13차례나 올렸지만 인플레이션이 아직도 심각하다. 경제상황이 악화될 경우 돈을 풀기가 어려운 것이다. 재정적자가 GDP의 9% 수준까지 올라와 있기 때문에 유사시에 재정정책을 구사하기도 쉽지 않다.

한 가지는 다행이다. 중국이든, 인도이든 내부 요인만으로는 경제가 무너지지 않을 것이다. 외부 요인이 충격을 줄 경우에만 경착륙이 발생할 수 있다.

현재 예상할 수 있는 외부 충격은 유로존 붕괴다. 이 경우 중국·인도뿐 아니라 세계 대부분의 나라들이 심각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중국은 수출에 즉각적인 타격을 받을 것이고, 인도는 해외자금 조달이 더욱 힘들어질 것이다.

선진국의 장기침체는 아시아 국가들에게 경제정책의 초점을 수출에서 내수로 전환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이 같은 방향전환은 중국과 인도에 특히 의미가 크다. 결단의 순간이 눈앞에 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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